24. 11. 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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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가서 평가하고,

회사와서도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퇴근시간.

 

회사에서 어린이집 선생님과 면담 전화를 했다.

아이의 발달상황과 함께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이였다.

딸은 사회성이 조금씩 발달해서,

이젠 선생님들 보다 친구를 조금씩 좋아하는 시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색깔을 쓰는 것도 점점 더 더양해지고,

소근육 발달이 좋아서 다른 친구들보다 가위질이나 조그만 스티커떼기를 잘한다고 했다.

그리소 숫자도 이제 10까지 세고,

더 나아가 일대일 대응도 잘 한다고 했다.

밥도 예전에 빨아먹던 것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잘 자라고 있는 듯 했다.

 

다만, 요새 자기가 원하지 않는 통제를 받는 상황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뭐뭐해야돼. 라고 하면 무시하다가, 좀 세게 얘기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혼낼거야!'하고 소리치곤한다.

선생님은 그럴 때 '어떤어떤 것때문에 속상했니?' 라고 물어보고,

맞다고 하면 그 마음을 헤아려준다음에,

'다음부턴 그렇게 말로 해야지 소리만 치면 알수없어' 라고 알려주라 하셨다.

마음에 잘 새겨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딸이랑 저녁 밥도 먹고, 이제 씻으러갈려는 찰나였다.

딸이 그전에 놀던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장난감을 정리하라고 했는데,

딸은 사뿐히 내 말을 즈려밟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번 얘기했고,

두번 얘기했는데도 아예 들은척도 하지 않기에,

내가 다 정리하고 이제 장난감 못가지고 논다고 엄포를 하고 방에 들어와버렸다.

 

들어오고 나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난 어디서 짜증이 난 걸까.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난걸까.

딸이 어떻게 반응했으면 화가 안났을까.

'이것만 하고 치울께요.' 라고 말만 해줬다면 화가 안났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딸이 치운다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 것에,

나 스스로를 무시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그랬다.

누구도 그렇겠지만,

누군가가 나를 무시하는 상황을 매우 싫어했다.

다른 분노 포인트보다 유독 나를 무시하는 느낌을 느끼는 상황에서 더 역치가 낮았다.

군대에서도 애들 웬만해서는 안 잡았는데

유독 나를 무시한다는 포인트가 느껴지면 발작 버튼이 눌러졌다.

왜 그런 것일까.

나로 하여금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사람들은,

진짜 나를 무시 한것일까.

 

그러고보면 무시라는 말도 딱 하나의 뾰족한 상황을 지칭하기보단 스펙트럼의 개념이다.

아예 정말 없는 사람 취급하는 무시도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내가 요청하는 상황보다 더 중시하는 상황이 있을때,

더 우선순위에 있는 행동을 한다면 나는 무시받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럼 나로 돌아와서,

나는 왜 그런 상황을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들이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그들이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여야하는 명분이 있는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조건해야한다라는 명분있는일이 몇개나 될것인가.

나는 그냥 정리라는 습관을 오늘 들이지 않으면,

내일/모레 그뒤로도 계속 정리안하는 습관이 드는 아이가 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왜냐면,

딸이 오늘 만약에 안치웠어도

다음날은 정리를 잘한다고 했다면 그렇게 짜증나지도 않았을거 같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딸이 정리안하는 사람으로 클까봐 불안했던 것 같다.

 

미래는 늘 불안의 연속이다.

이렇게될수도 있고, 저렇게 될수도 있지만

딸은 아직 자아가 형성되는 중이고,

그런 아기한테,

나를 무시했다고 짜증내고,

정리습관이 안잡힐까봐 짜증을 냈던 내 모습은

옹졸하기 짝이없다.

내 스스로도 우리딸은 느린 아이라서,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줘야한다고.

와이프한테 그렇게 말을 해놓고도 내가 지키지못했다.

 

오늘은 딸이 일어나면,

먼저 안아주고 어제 짜증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다.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됐다. 이래서 글쓰기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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