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11. 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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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간 풀 평가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문제가 있어서,

거의 3일 밤을 거의 꼬박 새다시피 했다.

이때까지 밤샘 평가를 하면서 느끼게 된건,

 

그 후폭풍은 당일,그다음 날이 아닌 그 다다음날부터 찾아온다는 것이다.

즉, 그 후폭풍이 지금나한테 찾아올것같다.

 

어찌됐든 일어난 일은 일어난거고,

밤을 새긴 샌거니까.

어제 나에게 주어진 것은

딸을 등원시키고 난 다음의 휴식시간이였다.

 

사실 내몸만 생각하면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나는 잠을 아예 못잔건 아니였고

그런 평일에 있는 나만의 휴식시간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였다.

 

따라서 나는 이런 휴일에 난 뭐하고 싶을까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가을 날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속으로 물었다.

자전거만 타고 싶어?

아니 자전거뿐 아니라,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지적 허영심에 부풀어올랐을 때

자전거 타면서 오디오북 듣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게 지적허영심이 시작이였지만,

진짜 좋아하게 되버린 느낌인건가.

 

따라서, 그 귀찮음을 무릅쓰고

자전거를 차에 싣고,

딸을 등원시키고 팔당역으로 향했다.

 

팔당역에서 주변에 있는 CU에서 컵라면을 하나 사먹고,

두물머리까지 자전거를 탔다.

듣는 오디오북은 '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

나중에 한번 정리하겠지만,

결국 아는 내용이였다.

 

마치 성경말씀같은 얘기다. (아, 난 성경을 제대로 안읽었다. 무늬만 기독교라)

다 아는 얘기인데

너무 뻔해서 지키지못하는 부를 쌓는 방법.

계속 내머리속에 집어넣기 위한 책이다.

 

아무튼 자전거를 타고,

오디오북을 듣고,

하늘거리는 날씨 사이로 달려나가는 자전거 위에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두물머리엔 사람들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있었다.

그래도 주말의 북적북적함이 없어서 좋았다.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따스한 햇살을 즐기면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연잎핫도그를 사먹으러 갔다.

늘 와이프와 먹었지만, 우리 와이프는 일중이니까..

나 혼자서 용돈으로 핫도그를 사먹었다.

맛있었다.

확실히 지금 한국에 있는 핫도그 중에 가장 맛있는 핫도그를 고르라면

난 여기를 고르겠다.

 

갑자기 목이 막혀서 음료수가 먹고 싶어졌다.

주변에 CU가 있어서 거기 들어가는데,

올라가는 나무 판상위에 고양이 두마리가 누워서 자고 있었다.

어쩜 그리 평화로워 보이는지,

아님 나에게 평안함을 주기 위해 그곳에 누워있는지

(철저한 트루먼쇼적 사고)

알수없지만, 그 마저도 평화로워 보였다.

나는 흰 우유 하나를 사서 꿀꺽꿀꺽 마셨다.

그냥 흰 우유 하나를 먹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뭔가 평화로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여행을 먼곳으로 떠나면 거기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이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떠나보면 안다.

이상이라는 것은 일상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것.

 

얼마전에 어느 여행유튜버의 마지막 방송 고백을 본적이 있다.

잘 아는 유튜버도 아닌데 어찌 알고리즘에 떴는지 모르겠지만,

그 내용과, 거기 달린 댓글들을 보니 어떤 상황인지 알수 있었다.

세계오지를 돌아다니면서 행복하게 여행했던 본인이였지만,

갑자기 행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면서 행복하지 않으니까, 본인이 즐겁게 할 수가 없고

그 즐겁지 않은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래서 그 유튜버는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결정한다.

몇년간 쉬지 않고 쭉 돌았던 세계일주를 잠시 멈추기로 하는 것이다.

 

너무 힘들고 지칠떈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일상의 바로 옆에 있는 빈틈.

나는 일쩜오상이라고 하기로 했다. (1.5상..)

짧은 연차를 쓰고 잠시 일쩜오상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혹자는 어짜피 내일부턴 일상으로 복귀 아니냐고 하겠지만,

일쩜오상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그전만큼의 마음의 부담은 없을 것이다.

 

가위에 눌러본적이 있는가?

난 있고, 그걸 풀기 위해 예전에 들었던,

"새끼손가락부터 펴라"를 기억하기 때문에,

새끼손가락까지 펴는 엄청난 노력(?)으로 가위를 풀어본적이 있다.

(나중에 책을 읽어보니, 이는 논렘수면은 절대 의식을 찾을 수 없는데

이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의식을 찾아버려서,

그때엔 몸을 움직이는게 그렇게 힘들다고.

논렘수면은 신체적 기능을 다 놔버리는 수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쩜오상을 보기 위해선 이런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상에 파뭍혀있으면 진짜 옆을 못보고,

저 하늘 위에 있는 이상만 보기 때문이다.

이상보단 일쩜오상을 보면서 내 마음을 힐링하는 방법을 알아가는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오늘 잠을 줄였지만,

대신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오디오북을 듣는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일상을 벗어나 이상만 추구하지 않고, 

바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틈이 일쩜오상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3일간 밤새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평가때문에

정말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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